현재 수호신 연대의 존재목적은 무엇입니까
개별 지지자입니다.
2010년부터 서울 축구를 지켜봐온 제가 이 팀을 응원하게 된 계기는 결코 성적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상암으로 가면 저의 두 눈은 항상 피치보다 N석에 고정되곤 했습니다.
원정석의 색깔은 매주 바뀌어도, 언제나 함께 노래를 부르고 박수치며 거대한 깃발로 검붉게 물든 N석은 어린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버지 도움 없이 직관은 꿈도 못꾸던 제가 어느새 혼자 힘으로 직관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수 년간 N석에서 저는 수많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형제애를 느껴왔습니다.
동경해오던 수호신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적어도, 작금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는요.
보십시오, 결국 수호신연대는 서포터 결집이라는 대의를 스스로 저버리고, 많은 개별 지지자들, 심지어 내부 인원들에게조차 신임을 잃었습니다.
우리의, 그리고 저의 자랑이었던 수호신은 지금 N석과 E석으로 나뉘어버렸습니다.
제작년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제가 본 수호신의 모습 중 가장 응원역량이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지지자들도 대형기를 제작해 N석을 수놓았고, 신규 응원가 제작 소식에 소모임 그룹챈트까지 함께 찾아보고,
과거 N석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어느새 20대가 되어 열정적인 지지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호신은 유례없는 응원역량 확보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의 수호신연대는 앞이 아닌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입니까?
수호신연대에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누가 맞고 틀린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습니다.
제가 안타까운 건, 이 둘도 없는 기회를 스스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호신의 존재 목적은 언제나 ‘서포터 결집’과 ‘응원역량 함양’ 아니었습니까?
이 글은 누가 사과하라거나, 사퇴하라는 글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었든, 결국 팬들 간의 분열과 불신이 발생한 건 사실이고,
이를 복구하는 건 수호신연대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제가 사랑하는 N석의 모습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개별 지지자들로부터 신임을 다시 얻을 수 있는 행보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