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가장 큰 잘못은 침묵 할 때를 몰랐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장님이 설라에 남긴 그 글이 전 고맙습니다.
그 글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것도 못 한 채 기성용이라는 선수를 떠나보내야 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구단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짓을 했을 것이고 김기동은 계속 비호받았겠죠.
간담회에서 말씀하신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저라도 제가 회장의 위치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밝혀야 할지, 누구에게까지 말해야 할지 고민했을 것입니다.
이 팀은 히칼도부터 유구했고, 이 프런트는 레전드와의 이별에서 늘 팬들에게 상처를 주었으니까요.
그러니 기성용이라는 존재와 이별한다는 사실을 언제, 어디까지, 누구에게까지 밝혀야 할지 고민했을 겁니다.
그런데 회장님은 본인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을 했습니다. 그게 회장님이 비판을 받는 이유고, 사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최고의 선택은 그 자리에서 "감독을 설득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기성용이라는 선수는 지금 국가대표에서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선수입니다.
지난 5년간 이 팀에서 기성용의 영향력은 그 어떤 선수보다 지대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시점의 3선 뎁스를 고려했을 때, 기성용의 이탈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아무 대안 없이 기성용을 내보내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었겠지요.
만약 선수 구성은 감독 고유권한이라 직접적으로 감독을 설득하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프런트를 압박했어야 합니다.
팬들의 반발과 그동안의 프런트의 행태에 대한 팬들의 불신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그것 또한 직무유기입니다.
그 자리에서 감독에게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지금 앞에 앉은 나부터 가장 먼저 나서서 감독과 프런트를 규탄할 것이다.
팬들의 반발이 이전 고요한이나 오스마르 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들은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기성용은 시즌 중간에 나가는 것이기에 팬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라고 분명히 경고했어야 했고 실제로 가장 먼저 나섰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결국 설득의 영역이기에 감독과 프런트가 하고자 한다면 회장님이 막을 수는 없었겠지요.
그럼 그 다음 방법은 뭐였을까요. 이 내용을 수호신 연대와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랬다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연대들이 싸잡혀 "방어단" 소리를 듣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겠죠.
간담회에서 어떤 분이 그랬다죠. 설라는 서울팬 전체의 여론을 대표하지 않는다. 맞습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만 봐도 느낄 수 있죠.
그러니 더욱더 공유했어야 했습니다.
이런 사안이기에 어떤 팬들은 반발하고 격하게 항의할 것이고, 어떤 팬들은 아무 신경도 안 쓸 그런 상반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이었기에 여러 방면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결정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진행하니 밤샘 회의를 해도 욕을 먹는 상황이 된 것이구요.
그런데 사실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침묵할 부분을 알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 서두에 언급했듯 저는 그 입장문이 올라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입장문을 통해 이 팀 내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거든요.
의심이 확신이 될 수 있는 그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 회장님의 그 글입니다.
참고로 저는 회장님이 올린 두 개의 입장문 전문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글을 잘못 썼다" 이런 말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지 마세요.
교집합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런데 이런 제 개인적 감상과는 다르게, 정말 팀을 위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내용은 공개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언급한 내용이 불화와 선수단 내부 균열입니다. 팀이 망가지고 있고, 속된 말로 꼴아박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입장문의 첫 문단에서 "안 까발려지기를 사실 바랐다. 하더라도 기성용 선수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길 바랐다." 라고 하셨습니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성용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저는 알 바 아니지만, 회장의 입장에서 할 말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그 일에 대해 침묵했다고 말하는 게 참 웃겼습니다. 정말 그랬다면 입장문에서 불화에 대해 언급하지 말았어야죠.
지금부터는 김기동 감독님께만 들은 내용이 아닌, 나름 신뢰가 있는 곳에서 들은 이야기들 중 교집합이 되는 내용들만 작성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언팔에서 힌트가 나오고 루머에서 밝혀진 대로 불화는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선수들 간, 선수-감독 간의 오해라고 생각하는데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구요. 어느 누구의 편을 드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내막은 제3자인 팬인 제가 밝힐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들도 그래서 오픈을 못 하는 것 같네요.
다만 감독님에게 말씀드린 건, 어떠한 결정을 하시든 기성용 선수가 우리 팀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셔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셔야 한다, 구단도 이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팬들에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몇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차 입장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수단과 선수-감독 간의 불화는 루머들로 올라오긴 하는데 앞뒤 자른 부분들이 많습니다.
플랜에 없다고 선수에게 통보한 것은 맞으나, 그 이전 불화가 있었고 그로 인해 선수단 균열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량이나 전술 기용 관련해서는 제가 관여할 부분도 아니고 밝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거야 서울팬들이면 기성용 선수의 기량을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그럼 서울팬들이 봤을 때 그 불화가 이적까지 초래되었는데 납득이 가느냐엔 솔직하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기에 배경을 감독이나 구단이 설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이 내용으로 팬들은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플랜 제외 통보 전부터 이 팀에 불화가 있었고, 팀 내 균열이 있었다. 그리고 기성용 이적을 납득할 사유가 바로 이 불화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회장님.
FC서울은 감독이 공인한 선수단 내 균열이 있는, 불화가 있어 레전드가 떠나가게 된 팀임을 수호신 연대 회장이 공식화한 겁니다.
간담회 때 그랬다면서요. 회장 개인의 글이라고요.
그런데 회장님은 저 입장문을 올린 사이트에 이미 수호신 회장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https://fcseoulite.me/free/41293934)
수호신 회장의 계정으로 내가 이런 사람이고 우리가 뭘 할 거라고 계속 글을 올려왔는데, 이제 와서 "개인"을 운운하면 그걸 누가 쉽게 납득합니까?
그게 대표성입니다. 그저 고요한 은퇴식 때 사진 찍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회장이라고 언급한 이후 당신이 쓴 모든 글들은 공인된 글이 되는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회장을 맡은 건 아니겠죠. 2020년 기성용 사가 당시, 전 수호신 연대 회장이 쓴 글이 어떻게 기사화됐는지 모르셨던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FC서울이라는 팀은 감독과 팬 대표가 서로 공개적으로 내부 문제를 공인한 팀이 되었습니다.
침묵할 부분과 침묵하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해 전혀 모르는 회장이 남긴 글 때문에 말이죠.
이제 와서 그런 게 아니다, 감독에게 들은 게 아니다, 라고 해도 바뀌는 건 없습니다. 신뢰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내용을 선수들도 알고 있다는 겁니다.
선수들에게 "너희 감독이 너희 팬한테 저렇게 말했다"라고 팬 회장이 알려준 셈이니까요.
서울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까발려지기를 바라지 않았다면서 서울 선수들에게 감독이 선수들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를 드러내셨습니다.
전에 댓글로 책임진다고 하셨죠.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요? 무엇을 책임지실 건가요?
기성용이 포항으로 이적했고, 선수들이 저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 저걸 어떻게 수습할 건가요? 팬들은 분열했고, 연대에 대한 신뢰는 없습니다.
어제 현장팀의 감독 콜을 들었다는 팬들이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굳이 말이죠. 참담한 행동이었습니다.
현장팀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 했을까요? 감독을 응원해서? 감독이 응원받을 입장인가요? 아니면 감독이 간담회에서 오해를 풀었다고 했는데 같은 의견인가요?
그렇다면 정말 오해가 풀렸나요?
기성용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타임라인과 감독의 답변은 전혀 다른데 이게 오해가 풀린 건가요?
그리고 또한 회장님은 "그럼 서울팬들이 봤을 때 그 불화가 이적까지 초래되었는데 납득이 가느냐엔 솔직하게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셨는데, 감독은 불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회장님은 어떤 부분에서 기성용의 이적을 납득했나요?
기성용이 가진 상징성과 역사를 제외하고, 3선이 없어서 풀백을 올려 쓰는 현 시점의 3선 뎁스에서 기성용을 내보낸다는 구단과 감독의 말에 어떻게 납득을 하신 건가요?
팬들은 회장에 대한 신뢰가 없습니다. 그 신뢰는 연대에게도 이어지고요. 현장팀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팬들은 감독에 대한 신뢰도 없습니다. 성적도, 전술도, 그 어떤 것도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팬들은 기성용에 대한 신뢰는 있습니다.
이게 지금 이 팀에서 팬들이 처한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팀이 처한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구요.
그 문제를 야기한 게 회장님이 쓴 그 두 개의 글입니다. 관련해서 어떤 해명도 깔끔하게 하지 못하고 있어요.
책임질 수도 없는 말을, 수습도 못 할 말을, 책임지지 않을 말을 내뱉은 결과입니다.
대체 본인이 초래한 이 결과를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지실 건가요? 그 자리에서 책임지겠다는 말은 이제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지금 단순히 회장만 불신하는 게 아닌 거 아시잖아요. 현장팀에 대한 불신과 배척으로도 퍼졌습니다.
불화가 있었고, 그로 인해 선수단 균열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 내용에서 말한 불화와 균열이 수호신이라는 FC서울의 팬 전체에게도 생겼습니다.
그걸 만든 게 회장 본인이구요. 그러니 서울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 자리에서 계속 있으며 수습하겠다는 말로 기만하지 말고 진짜 책임을 지세요.
그리고 저는 연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서 어떤 알력 다툼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있는 한, 연대는 결국 회장을 끌어안고 있는 집단일 뿐입니다.
방어단 이라는 말이 억울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계속 이러면 저 말은 계속 언급될겁니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건 그 신뢰를 처음 쌓을때보다 어렵고 오래걸립니다. 하루라도 빨리 신뢰를 쌓는게 수호신 연대에게도 수호신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