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전 리뷰를 통해 살펴본 상대 맞춤 전술에 특화된 김기동의 게임플랜
포항의 재정 규모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두고 24년부터 2년째 서울을 지휘하고 있는 김기동 감독은 K리그에서 상대방에 따라 맞춤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I353FclNkVs?si=aJPdP7P0INseEfDg
해당 인터뷰는 김기동과 이정효의 차이를 묻는 기자에게 이정효 감독이 답변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개인적으로도 꽤나 인상적이었던 답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이 잘하는 것(플랜 A)을 통해 이기는 축구가 본인의 축구이고 상대가 못하는 것을 공략해 이기는 축구가 김기동 감독의 축구라 답변한 것이 상당히 공감이 갔었는데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김기동 감독의 장점은 첫째,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 결과를 만드는 데 특화되었다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둘째, 플랜 A의 구상이 장기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되면 첫번째 장점을 발휘해 플랜 B를 유연하게 적용해 치명적인 연패를 잘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25시즌 내내 긴 연승행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퐁당퐁당 승점을 쌓으며 상위권에서 버티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저를 포함한 서울팬들 입장에서 답답하긴 합니다만....
이러한 축구를 통해 김기동 감독은 매년 스쿼드가 갈아엎어지며 장기적 플랜 A를 구축하기 어려운 포항에서 성적을 내는데 기여한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커리어 동안에 국내의 경우 서울이나 전북, 울산이 해당하겟고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소위 빅클럽이라 불리는 팀들이 지향하는, 지향해야 하는 축구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상기한 팀들이 수행하고 지향해야 하는 플랜 A는 축구는 어떤 축구이냐?
공격 전개 시 아무리 상대 수비가 공간을 주려 하지 않더라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좁은 공간 속에서도 수적, 기술적 우위를 창출하여
이를 바탕으로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게임 플랜을 통해 게임을 지배해
경기당 평균 1점 이상의 득점을 하는 축구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나마)잘나갔을 때의 대구나 강등되기 몇년 전의 인천을 보면 적은 숫자로도 공격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도 엄연히 전술의 범주이긴 합니다만... 모두가 결과를 알다시피 암만 잘해봐야 상스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상기한 축구는 선수들의 퀄리티도 좋아야겟고 이를 지도하는 감독의 역량도 훨씬 뛰어나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저런 팀들은 적은 지원 속에서도 당장 살아남는 축구를 해야만 하니까요...
지배하는 방식의 축구는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고 무조건 성적을 보장하진 않지만 “고점” 은 확실한 축구인 반면 지배당하지만 성적을 내려 하는 축구는 잘해봐야 상스입니다. 따라서 우승을 원하고 매번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강팀은 상기한 공격플랜을 구사할 수 있는 팀이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지속가능한 강팀을 위한 지도력을 보여주어 커리어 상의 스텝업을 위한 쇼케이스가 필요한 김기동 감독과 4년연속 하스였던 팀을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만들어야 할 서울 구단의 니즈가 일치해 24년부터 서울을 지휘하게 된 김기동감독에 대해 냉정히 말하자면
지배하는 축구를 지향하고 팀을 그렇게 만드려 했지만 아직까진 완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미완성의 전술 속에서 위기에 빠질 때 마다 김기동 감독은 본인의 무기인 맞춤전술 구사 능력을 십분 발휘해 위기마다 결과는 어찌저찌 가져오며 24년 4위, 현재 상스권의 성적을 부여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김천 원정에서 6:2 대패를 당한 다음 홈 울산전에서 울산의 약점을 확실히 공략해 안정적인 상스권을 유지하게 해준 맞춤전술을 리뷰해 보고자 합니다.
울산의 약점은 지배하는 축구를 구사하려 했지만 세부전술 부족으로 인해 결과를 내지 못한 채 경질된 전임 김판곤 감독의 실패와 관련이 있습니다.
간략히 말하자면 공격 전개 시 투미들 조합(고승범/이진현 혹은 보야니치)이 높은 위치로 올라가 커버하지 못한 공간에서의 상대방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김기동 감독은(줌인서울 캡처본은 제 뇌피셜입니다만)해당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 왔고 결과를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첫번째 골장면 시퀀스입니다.(클릭 시 골장면 바로 나옴)
서울 진영에서 스로인을 짤라먹으려 높이 전진한 울산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역습을 허용했고 최준이 득점에 성공합니다.
안데르손은 고승범과 이진현이 높게 올라와 아무도 커버하지 않던 빈 공간으로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넣었고 위험지역까지 김진수, 루카스의 돌파를 아무도 저지하지 못합니다.
위험지역까지 다 왔음에도 빈 공간이 보이자 정확히 크로스해 최준이 득점으로 마무리합니다.
세번째 골장면 역시 울산 선수들의 공간커버가 미숙하다는 것을 철저히 공략한 결과물입니다.
울산의 빌드업을 방해해 넓은 상하간격이 생기게 유도하고 이진현과 김민혁 사이에 어느 누구도 대응하지 못했던 공간을 기다렸다가 황도윤이 침투해 마무리합니다.
리플레이를 보시면 황도윤이 한참 뒤에 있지만 안데르손이 패스각을 보자마자 전력질주해 해당 공간으로 침투했고 득점에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울산이 부진한 이유를 정확히 캐치하고 이를 역이용한 이번 경기는 김기동 감독의 지배하는 축구가 자리잡기 전까지, 플랜 A를 밀다가도 이때쯤은 정말로 승점이 필요하다 라고 판단될 때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안양전은 2연승을 위해 과연 플랜A가 되어야할 점유율 위주의 지배하는 축구를 들고올지 이번에도 맞춤전술을 들고 올지 궁금합니다. 안양전 승리를 기원하며 칼럼 마칩니다.